① 개요(관객수 및 촬영지)
<말죽거리 잔혹사>는 2004년 1월 개봉하여 전국 총 관객수 3,115,767명을 동원한 우리나라의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연출과 각본은 시인이자 영화감독인 유하 감독이 맡았습니다. 영화가 1970년대 말 강남 8학군에 속한 상문고등학교와 은광여자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유하 감독은 이 상문고등학교의 6회 졸업생으로 영화의 배경이 되는 그 시절이 고교생이었을 시기입니다. <말죽거리 잔혹사>, 이 영화는 유하 감독의 경험담을 그리고 있다고 본인이 인터뷰 때 밝혔고, 주인공인 현수는 감독 자신을 투영한 인물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영화에는 상문고 출신들이 대거 포진되어 있습니다. 극중극 중 악역을 담당하는 선도부장 역할에 배우 이종혁(18회 졸업), 영화 OST를 부른 가수 김진표(21회 졸업), 이 영화의 제작자 노종윤(7회 졸업)이 상문고등학교 출신입니다. 직접 출연하지는 않았지만 극 중 학급의 반장으로 나오는 이석수 변호사(영화상에서도 '이석수'라는 이름으로 나옴)는 유하 감독과 동기로서 박근혜 정부시절 초대 특별감찰관을 맡았습니다.
'말죽거리'는 조선시대 서울에서 지방으로 내려갈 때 말(馬)에게 죽을 먹이는 곳을 뜻하는 것으로, 현재의 주소지는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입니다. 그러나 말죽거리 잔혹사 촬영지는 70년대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서 영화 소재지에서 멀리 떨어진 지방에서 촬영되었습니다. 전북 전주시, 군산시, 익산시, 정읍시 등에서 촬영되었고 학교나 시내버스가 다니는 한적한 도로는 전주시에서 주로 촬영됐습니다.
감독의 경험담을 영화로 담은 만큼, <말죽거리 잔혹사>는 고증에 충실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당시 강남 개발소식에 강북에 살던 사람들이 강남으로 많이 유입된 시기인데 주인공인 현수도 강북에서 살다가 강남으로 전학을 온 역할이었습니다. 또한 남고생들이 이소룡을 따라하거나 당시 유행하던 홍콩출신 가수 진추하의 'One Summer Night'이나 'Graduation Tears' 등이 라디오에 흘러나오는 등 그 시절 배경을 충실히 담아내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당시 우리나라 교육 현실을 철저히 회고하고 있습니다. 유신체제 말기, 선도부가 학생들에게 무차별적인 폭력을 가한다거나 군 고위간부의 아들은 소지품 검사나 단체 체벌 등에서 열외되는 등 폭력적이고, 강압적이며 온갖 비리가 난무하고 게다가 비실용적이기까지 한 그 시절 후진국형 제도권 교육의 시대상을 충실히 담아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현수와 선도부 패거리들의 옥상 액션씬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특히 싸우러 옥상으로 가던 중 현수가 선도부장의 머리를 가격한 것인 인상적입니다. 그 시절 권력의 부당함에 대하여 살아남기 위한 비겁함을 절실하게 담아냈다고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옥상의 1대다 액션씬은 100% 리얼 액션으로 촬영한 것으로 80년대를 대표하는 액션 기술이나 미장센이 나옵니다. 유튜브에서도 900만 조회수가 넘는 이 신을 편집한 영상이 있다고 하니 영화를 못 보신 분들은 그 영상부터 보시길 추천합니다.
② 등장인물
- 김현수(권상우 분) : 영화의 주인공이자 이 영화 감독의 분신. 고교 2학년으로서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이다. 강압적인 태권도장 관장 아버지를 두었다. 강북(보성고)에서 강남(정문고)으로 전학 왔는데, 전학올 때까지만 해도 매우 공부를 잘했으나 전학 온 뒤 친구들과 어울리고 은주에게 빠져 성적이 수직하락 하였다.
- 김우식(이정진 분) : 정문고 2학년을 휘어잡는 인물. 현수와는 학급간 농구경기를 계기로 친해지게 된다. 현수와는 은주와의 삼각관계로 인해서 멀어지게 되고, 선도부장 종훈과의 싸움에서 패배하고 학교를 자퇴하게 된다.
- 강은주(한가인 분) : 영화의 히로인, 은명여고 3학년으로 현수보다 1살이 많다. 버스 안에서 같은 학년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중 현수와 우식의 도움으로 벗어나게 되고 이들과 친해지게 된다.
- 함재복(박효준 분) : 별명 햄버거. 현수가 정문고로 전학을 오자마자 친해진 인물이다. 우식과도 가까운 사이였으나 빨간 잡지를 보던 우식이 선생님에게 걸리며 자신의 이름을 발설해서 정학을 당하게 된다. 이후 재복은 선도부장 종훈의 패거리에 속하게 된다.
- 차종훈(이종혁 분) : 정문고 선도부장. 이 영화의 메인 빌런 또는 최종 보스다. 자신의 지위를 악용하여 폭력을 일삼는다. 나중에 우식과의 1대1 대결에서 우식을 이기고는 학교의 일인자가 되어 학생들을 마구 괴롭히지만, 현수에게 옥상에서 흠씬 두들겨 맞고 병원에 입원하는 신세를 맞게 된다.
③ 감독, 출연진의 성공
이 영화의 성공으로 인해서 실제 영화에 관련된 사람들이 혜택을 보게 되었습니다. 연출과 감본을 담당한 유하 감독은 대중성과 작품성을 모두 인정받아 2004년 백상예술대상의 '영화부문 시나리오'상을 수상했습니다. 이후 한국영화계 대표 이야기꾼이 된 유하감독은 <말죽거리 잔혹사>, <비열한 거리>, <강남1970> 이른바 거리 3부작을 차례로 연출하게 됩니다.
출연진 또한 이 영화 이후 성공가도를 달렸는데 현수 역을 맡았던 배우 권상우는 이 영화에서의 연기를 인정받으며 2000년 대 초,중반 몸짱 열풍을 일으킨 장본인이 되었습니다. 이 영화가 첫 영화출연인 배우 한가인은 스타의 배열에 합류하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배우 이종혁은 <말죽거리 잔혹사>를 통해서 오랜 무명 세월에서 벗어나게 되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아직도 배우 이종혁은 선도부장으로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그만큼 캐릭터의 강렬함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지금은 충무로의 대표적인 신스틸러가 된 조진웅은 이 영화의 단역(선도부원)으로 데뷔하며 믿고 보는 배우로 거듭나는데 태동을 맞이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