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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믹잔혹극'을 처음 만든 김지운 감독의 데뷔작 <조용한 가족>

by 널위한몽상가 2023.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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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김지운 감독의 데뷔

김지운 감독은 한국예술대학교 연극과에 입학했는데, 군대를 다녀와서 제적 상태라는 것을 알았다고 합니다. 본인 얘기로는 'LG트윈스 경기'를 보느라 수업을 빼먹었다고 했는데, 80년대 당시 'MBC청룡야구전'을 본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감독이 된 계기는 김지운 감독이 대학을 제적당한 뒤 10년 동안 백수 생활 중에 차 사고를 내게 됐고, 수리비 마련을 위해 시나리오를 쓰게 됐다고 합니다. 돈이 필요하던 차에 대학로 식당에서 주문한 라면을 식당 아주머니가 '씨네 21 잡지'에 라면을 받쳐서 왔고, 당시 돈이 필요했던 김지운 감독은 '제1회 씨네 21 시나리오 공모전' 광고를 보고 1주일도 안 되는 기간에 시나리오를 완성시켜 당선된 작품이 바로 오늘 소개할 <조용한 가족>입니다.

김지운감독의 데뷔작, 코믹잔혹극 <조용한 가족>

② 새로운 장르를 구축, 공포영화의 효시가 되다.

<조용한 가족> 시나리오는 완성했으나, 이전까지 카메라를 잡아 본 경험도, 영화 현장, 제작과는 전혀 무관했다고. 하지만 감독 피셜, '영화연출에 이상하게 자신감이 있었다'라고 합니다.
당시 시나리오가 희한하고 포인트도 정확하지 않아서 당대 충무로의 감독들은 표현하기 어려워했다고 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제작사에 의해 연출자로 낙점되어 영화감독으로 등떠밀려? 데뷔하게 됩니다. 

하지만 초보 감독, 초보 촬영감독에 의해 만들어진 영화는 연출력이 몹시 떨어졌고, 좀처럼 영화촬영 진행이 안돼 베테랑 촬영감독인 '정광석 촬영감독'으로 교체됩니다. 후일담으로 구원투수로 교체된 '정광석 촬영감독'조차 김지운 감독이 영화를 너무 몰라 안될 것 같다고 걱정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막상 개봉하니 결과는 대성공.
개봉 당시부터 화면 구성도 엉성하고, 부자연스러운 점이 많았다는 평가, 내러티브 자체가 독특한 점.
하지만 이런 엉성한 연출력이 오히려 더 어울리게 돼버린 코믹잔혹극.
코미디와 공포 장르를 혼합한 독특한 영화가 만들어졌으며 영화의 성공으로 이후 개봉한 '여고괴담'과 함께 공포영화 붐의 효시가 되었습니다. 

김지운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코미디+연쇄살인극의 결합이라는 당시 한국에서 쉽지 않은 장르를 개척해 냅니다. 한국영화의 '블랙코미디의 시작'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 충무로 코미디는 TV 개그 프로그램의 말장난 수준에 불과했지만, 충무로 코미디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지게 되며 연출력은 초짜 감독답게 엉성했지만, '코미디+공포' 영화의 수준을 높여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③ 지금은 보기 힘든 조합, 초호화 캐스팅

등장인물을 보면 박인환, 나문희, 최민식, 송강호, 이윤성, 고호경이 주연입니다. 조연 역시 정웅인, 정재영, 최철호 등 이 출연합니다. 조연들은 제대로 된 이름도 없습니다. 눈길남, 제비, 자살 남입니다. 

이 작품을 통해 인연을 맺은 송강호는 바로 다음 제작 영화 <반칙왕>에 주연 배우로 캐스팅되어 그 해 영화 흥행순위 2위를 기록함으로 흥행사로 입지를 확고하게 다지게 됩니다. 최민식 배우 역시 <악마를 보았다>에 주연으로 주연으로 출연하여 당시 영화관 흥행성적은 좋지 못했지만, 2차 시장을 통해 많이 뜨게 된 작품입니다.

④ <조용한 가족> 등장인물

  • 강대구 (아버지) : 박인환
  • 정순임 (어머니) : 나문희
  • 강창구 (삼촌) : 최민식
  • 강영민 (장남) : 송강호
  • 강미수 (장녀) : 이윤성
  • 강미나 (막내) : 고호경
  • 괴노파 : 나지명
  • 고독남 : 기주봉
  • 자살남 : 최철호
  • 자살녀 : 신영애
  • 눈길남 : 정웅인
  • 장선배 : 유형관
  • 제비 : 정재영
  • 내숭녀 : 장가현
  • 동네이장 : 김재건
  • 해결사 : 이기영

⑤ <조용한 가족> 줄거리

1998년 국민 모두가 힘들던 IMF시대,  아버지가 정리해고를 당하자 장사라고는 한번 도 해본 적이 없는 일가족이 서울에서 멀지 않은 한적한 시골에 산장을 운영하게 됩니다. 하지만 문을 연지 2주가 지나도록 손님이 오지 않자 가족들은 신경이 날카로워지기 시작합니다. 더군다나 막내딸 미나는 밤이면 집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고, 집 주변에서 만난 괴노파는 '이 집은 마가 끼었다'는 이상한 소리를 하는 바람에 몹시 심란해합니다. 

드디어 산장에 첫 손님이 찾아오고, 흥분한 가족들은 지나치게 친절 공세를 펼칩니다. 하지만, 다음날 손님은 시체로 발견되고, 가족들은 혼란과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결국 장사에 지장을 줄까 봐 가족들은 시체를 암매장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 후 찾아온 남녀 커플 역시 음독으로 동반자살을 한채 발견됩니다.

가족들은 극도로 신경이 예민해진 상태에서 또다시 시체를 암매장하기로 하고 결정.
한창 매장을 하던 중, 음독을 했던 남자가 깨어납니다. 가족들의 매장 광경을 보게 되자 어쩔 수 없이 그 남자를 살인합니다. 연속으로 오는 손님마다 몰래 매장을 해야 하는 사태가 계속 벌어지게 되고 산속에는 매장된 시체가 쌓여만 가게 됩니다. 설상가상 산장 바로 옆에 새 등산로 공사가 시작되자 암매장한 곳이 파헤쳐질까 봐 불안과 초조에 떨던 가족들은 처절하게 사건을 퍼즐 맞추듯 꾸역꾸역 처리해 나갑니다. 

⑥ 마치며

이 영화는 1996년 제1회 씨네 21 시나리오 공모 당선작, 1998년 영평상 미술기술상, 1998년 환타스포르토 영화제 환타지아 부문 최우수작품상, 1998년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부문 초청, 1998년 시체스 환타스틱 영화제 경쟁부문 초청 등 수상작품입니다. 

논평에서도 
김의수 : " 한국영화의 굳어버린 앵글을 다른 측면에서 열어줬다 " 
김영진 : " 집단 무의식을 건드릴 만한 의외의 이야기 솜씨, 장르적 관성으로 굳어 있는 한국영화계에 장르적 상상력으로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음을 증명한 이야기꾼의 자질." 
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지금 보게 되면 연출력이나 제작 측면에서 많이 엉성하고 부실하지만, 당시로선 블랙코미디 장르의 수준을 높여 놓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김지운 감독 역시, 처음 메가폰을 잡은 <조용한 가족>은 초짜 감독답게 엉성하게 연출했지만, 이후 영화 '박친왕', '장화홍련'을 통해 연출력이 쭉쭉 상승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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