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개요
개인적으로 한국영화 중 최고의 수작으로 꼽는 범죄의 재구성에 대하여 소개하겠습니다. 범죄의 재구성은 2004년 개봉하였고, 전국에서 212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였습니다. 이 영화는 이제는 거장의 반열에 오른 최동훈 감독의 장편영화 데뷔작입니다. 이 영화는 작품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인정받게 되었고, 이후 최동훈 감독은 승승장구하며 타짜(관객수: 684만), 전우치(관객수: 606만), 도둑들(관객수:1,298만), 암살(관객수:1,270만) 등과 같은 영화를 연출하며 소위 '쌍 천만' 감독이 되었습니다.
최동훈 감독이 더 대단한 것은 범죄의 재구성 속에 나오는 맛깔난 수많은 명대사들이 배우의 애드리브나 현장에서 갑작스럽게 나온 것이 아니라 대부분 초기 구상과 대본 속에 적혀있던 것이라고 합니다. 디테일이 살아있는 영화감독인 것을 증명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영화 속 명대사는 아래 더 자세히 기재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잘 짜인 각본과 연출로 인해서 영화를 구성하는 캐릭터 개개인의 개성이 잘 표현되면서도 이들의 조합이 잘 어우러져 있습니다. 이 범죄의 재구성 외에도 최동훈 감독 연출 영화를 보면 다채로운 캐릭터들이 영화를 채워가는 것을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본래 연기력이 탁월했지만 인지도가 다소 떨어졌던 출연 배우들도 좋은 영화를 만난 덕에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지게 됩니다. 극 중 최창혁/최창호 1인 2역을 맡은 배우 박신양은 범죄의 재구성을 만나면서 흥행 배우로서의 기반을 다지게 되었고, 히로인 서인경역을 맡은 염정아도 배우로서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또한 김선생역의 배우 백윤식도 대중적으로 인정받는 중견배우로 거듭났으며 지금은 영화계 초대박 거물로 등극한 배우 김윤석의 영화배우 데뷔작이기도 합니다.
② 등장인물
- 최창혁(박신양 분) : 별명 '혓바닥'. 사기 시나리오 개발자로서 사기 전과로 출소한 지 한 달 만에 한국은행을 터는 흥미로운 사기 사건을 계획하는 인물.
- 최창호(박신양 분) : 본래 국어교사이자 소설가. 지금은 헌책방을 운영하고 있으며 러시아어에 능통하다. 최창혁의 친형.
- 서인경(염정아 분) : 일명 '구로동 샤론스톤', 사기 전과 2범으로 김선생을 삼촌이라 부르며 한 집에서 살고 있다. 창혁과 서로 관심을 갖고 있다.
- 김선생(백윤식 분) : 사기업계 대부. 사기꾼들의 존경을 받지만 4년 전 사기사건이 문제 되며 은퇴했다. 창혁의 제안으로 인해 한국은행 사기사건에 가담하게 된다.
- 휘발류(김상호 분) : 최고의 위조기술자. 사기사건 설계 당시 창혁에게 김선생을 소개하며, 사기에 쓰이는 당좌수표를 위조한다. 김선생을 믿고 따른다.
- 제비(박원상 분) : 타고난 여자 킬러. 김선생의 주선으로 한국은행 터는 데 공범으로 참여하게 되며, 얼매와 함께 한국은행을 턴 뒤 돈을 빼돌릴 작전을 모의한다.
- 얼매(이문식 분) : '약쟁이'. 김선생, 제비, 휘발류와는 4년 전 유령회사를 만들어서 투자사기를 벌인다. 극 중 하도 약을 많이 해서, 진통제 같은 진짜 약이 안 통한다.
- 차반장(천호진 분) : 수원 중부경찰서 강력 3반 반장. 경상도 출신으로 최창호가 쓴 소설 '그녀라는 이름의 여자'를 좋아한다. 한국은행 사기사건을 찾아 용의자들을 추적해 나간다.
③ 줄거리
"장소를 안 물어보시네, 한국은행인데."
사기 설계자 최창혁, 대부 김선생, 떠벌이 얼매, 여자킬러 제비, 위조기술자 휘발류. 사기꾼 다섯 명이 '한 팀'이 되었다. 한 가지 목표를 위해 함께 하지만, 서로를 믿지 못하고 저마다 다른 속셈을 가지고 있다. 이 다섯 명에 의해서 한국은행 수원지점에서 50억 원이 사기인출 당했다. 최창혁은 차량 도주과정에서 경찰에 추격을 당하다가 공사 중인 터널을 통과하다가 벽에 충돌하며 실신하고 이내 차는 추락하며 전소된다.
사전 발생 한 달 전, 최창혁이 출소하여 한국은행 사기인출을 계획하게 되고 김선생을 찾아가 사기사건에 가담해 줄 것을 부탁한다. 이에 김선생은 전직 공범들인 얼매, 제비, 휘발류 작전에 참여시키고 작업에 들어간다.
사건 당일, 창혁과 얼매는 은행의 직원으로 위장하고 휘발류와 제비는 경비업체 직원으로 위장해서 시중은행의 여유현금을 항상 가지고 있어야 하는 지급준비율을 이용하여 현금 20억과 무기명 채권 30억을 얻어낸다. 그렇게 일은 성공적으로 완료되는 것 같았지만....
** 극 중 반전이 있어서 줄거리는 초반 전개정도만 공개합니다. 이후 내용은 직접 영화를 보시길 추천합니다.
④ 명대사
김선생: 50개짜리라고? 영화배우 몇 명이 필요한데?
최창혁: 주인공 5명. 기술자는 우리 휘발류 형이 해줄 거고. IQ는 뭐 그렇다 치고, EQ 쪼금 되는 애들로.
창혁: 언니, 언니는 불리한 진술을 안 해도 되는데, 무슨 얘기를 해도 다 불리할 거 같거든?
제비: 뭘 같이 하는 거야? 모르는 사람이랑 일 못하지.
창혁: 그럼 하지 마. 몽타주도 후진 게 튕기기는.
얼매: 최선수 아이디어, 어떻게. 괜찮아요?
김선생: 청진기 대 보니까 진단이 딱 나와. 시추에이션이 좋아.
최창혁: 웬일이세요?
김선생: 여자랑 있었어?
최창혁: 아니, 이 시국에 여자라니요~?
김선생: 문 열어주는 시간이 여자 숨는 시간이랑 딱 맞아떨어지는데?
차반장: 찬란하게 떠오르는 아침 태양을 내가 진짜 볼 면목이 없다.
최창혁: 내가 아는 놈들 중에 싸가지없는 신문 파는 놈이 하나 있는데, 하루는 대한민국에서 500명이 한꺼번에 사기를 당했다면서 신문을 사라는 거야. 하나 샀지, 근데 아무리 찾아봐도 그런 게 없는 거야. 이런 쫓아가서 대갈통을 한 대 날렸지. 그런데 이놈이 뭐래? 사기를 당한 사람이 501명으로 늘었다나. 사기라는 게 이렇게 간단한 거거든.
최창혁: 걸려들었다. 지금 이 사람은 상식보다 탐욕이 크다. 탐욕스러운 사람, 세상을 모르는 사람, 세상을 너무 잘 아는 사람. 모두 다 우릴 만날 수 있다.
서인경: 사기는 테크닉이 아니다. 심리전이다. 그 사람이 뭘 원하는지, 그 사람이 뭘 두려워하는지 알면 게임 끝이다.